이청준의 숨결 따라 문학과 함께 성장하는 남도의 작은 거인
문학의 고장 장흥, 세계적 도시로의 도약
전라남도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조용한 군 단위 지자체 장흥. 한때 ‘정남진’이라는 지리적 상징성을 강조하며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해왔던 이곳이 최근 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노벨문학도시’라는 수식어를 앞세우며 국내외 문학 애호가와 문화 전문가들의 발길을 이끄는 새로운 문학 명소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4년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가입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와 함께, 장흥군은 이청준 문학제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는 문학 생태계’를 현실화하겠다는 비전을 선언했습니다.
사실 장흥은 예부터 문학의 향기가 스며 있는 고장이었습니다. 소설가 이청준, 시인 한승원, 수필가 위선환 등 걸출한 문인들이 이곳을 배경으로 작품을 집필하거나 고향으로 삼았고, 장흥의 자연과 정서는 이들의 작품에 깊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문학도시로서의 장흥이 세계적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행정이 주도한 ‘문학 기반 지역 활성화 전략’이 탄력을 받으면서, 장흥은 이제 문학을 통해 지역경제와 정체성, 문화적 자부심을 일궈가는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노벨문학도시 장흥’이란 타이틀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과 활동이 추진되고 있을까요? 또한 장흥은 왜 문학의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분석해보겠습니다.
1. ‘노벨문학도시’ 지정을 위한 전략적 브랜딩
장흥군이 선포한 ‘노벨문학도시’ 프로젝트는 단순한 이미지 홍보를 넘어서,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문학도시 브랜드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노벨문학상은 단순히 수상의 의미를 넘어, 국가와 도시의 문화 수준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입니다. 장흥은 이청준 작가를 중심으로 한 지역 문학 자산을 국제적으로 확장함으로써, 문학을 통한 도시 외교의 상징으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려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장흥군은 ‘이청준 문학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다국어 해설 콘텐츠, 외국 문학기구와의 협력 네트워크 강화, 해외 작가 초청 프로그램 등 글로벌 문학 교류 기반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문학도시로서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유럽의 문학 도시들과의 자매결연도 추진 중이며,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와의 대담’ 같은 국제 문학 포럼 개최를 통해 세계 문단과의 접점을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2. 장흥 고유의 문학 인프라와 문화 자산
장흥이 문학도시로서 경쟁력을 갖는 데에는 타 지역과 차별화된 풍부한 문학 자산이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청준 작가의 생가, 문학관, 작품 배경이 된 마을은 단순한 기념 공간을 넘어, 살아있는 문학의 현장으로 조성되고 있습니다. 특히 ‘장흥문학길’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과 문학 애호가들이 함께 만든 콘텐츠로서,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한 편의 소설 속에 들어간 듯한 체험을 제공합니다.
아울러 ‘정남진 장흥문학제’는 매년 수천 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지역 대표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했으며, 전국 고교생 백일장, 청소년 문학캠프, 문학인 레지던시 등 다층적 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프라는 단순한 문화행사를 넘어, 교육·관광·지역 경제를 연결하는 중요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3. 주민 참여형 문학 도시 모델과 지속 가능성
장흥이 추구하는 문학도시는 단지 상징적 공간이나 작가 중심의 도시가 아닙니다. 오히려 지역 주민과 청년들이 주체가 되어 ‘문학’을 통해 삶을 변화시키고, 도시의 정체성을 함께 빚어가는 구조로 구성됩니다. 실제로 지역의 카페, 서점, 도서관, 심지어 마을 회관까지도 ‘문학 공간’으로 재해석되며 주민이 기획하고 참여하는 독서토론회, 마을 낭독극장 등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또한 장흥군은 문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세대가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지역 청년 작가를 발굴해 출판까지 연결하는 ‘신인 작가 육성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장흥의 이러한 모델은 ‘지속 가능한 문학 생태계’를 갖춘 지방 도시의 롤모델로 평가받으며, 문화도시 지정을 넘어 글로벌 문학의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습니다.
문학으로 세계와 만나는 장흥의 미래
‘노벨문학도시 장흥’이라는 명칭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그것은 장흥이라는 작은 도시가 수십 년간 축적해온 문학 자산과 문화적 내공, 그리고 이를 지역사회 전체가 공유하고 확장하려는 집단적 의지의 산물입니다. 장흥은 더 이상 과거의 향수를 기리는 공간이 아니라, 문학을 통해 미래를 설계하고 새로운 도시 가치를 창출하는 살아 있는 문학 도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문학은 단순한 취미나 감상의 대상이 아닙니다. 한 사회의 정신을 담고, 사람과 사람, 세대와 세대, 지역과 세계를 이어주는 소통의 매개체입니다. 장흥이 문학으로 세계와 만나려는 이 도전은 단순한 문화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 전략이자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 혁신의 실험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장흥이 노벨문학상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문학도시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그 여정은 시작되었고, 그 중심에는 주민과 독자가 함께 있습니다. '문학으로 살아가는 도시', 그것이 바로 장흥이 걸어가는 길이며, 우리가 함께 응원하고 참여해야 할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