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다시 말하게 하는 곳, 대학이 만드는 공공의 인문학 플랫폼
대학에서 건물은 새로 짓는다던지 공간을 새로 만드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연세대학교에 새로 개관한 '문학-공간 라운지'는 단순한 건물의 개방이 아닌 상아탑이라 명명받는 대학의 학문적, 인문학적 가치를 실천하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과거 윤동주라는 시인을 키워냈던 공간으로 현재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모교이기도 한 연세대학교가 앞으로 대학의 학문적 방향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대학과 사회의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대학 공간의 재해석, 문학이 깃든 새로운 만남의 장소
최근 연세대학교에서 새로운 시도가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문학-공간 라운지’의 개관이다. 이 공간은 단순한 건물 개방을 넘어 문학이 살아 숨 쉬는 플랫폼이자, 다양한 세대가 함께 문화를 공유하는 장(場)으로 기획되었다. 대학이 갖는 지식 생산의 역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회와 호흡하며 인문학의 가치를 실현하는 실천적 공간으로서 기능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2025년 현재, 대학은 더 이상 연구자만의 공간이 아니다. 시민과 학생, 예술가, 연구자가 소통하며 창의적 영감을 주고받는 ‘열린 캠퍼스’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연세대학교는 본관 인근에 위치한 유서 깊은 건물에 문학을 테마로 한 라운지를 조성하였다. 라운지에는 문학 전시, 낭독회, 소규모 강연, 토론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활동이 가능하며, 단순한 독서 공간을 넘어선 ‘참여형 문학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연세대 문학-공간 라운지가 가진 상징성과 활용 가치, 그리고 앞으로 대학 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세 가지 측면에서 조명해본다. 문화는 언제나 물리적 장소를 기반으로 살아 움직인다. 그리고 그 장소가 문학을 품을 때, 우리는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대학은 단지 학문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세상과의 소통이 시작되는 공간이어야 한다. 연세대 문학-공간 라운지는 그 물꼬를 여는 실험이자 선언이다.
1. 문학공간의 의미: 단순한 건축이 아닌 인문학적 상징
문학-공간 라운지는 단지 예쁘게 꾸며진 책방이 아니다. 이곳은 문학을 둘러싼 다양한 층위의 담론이 생겨날 수 있는 실험적 공간이다. 연세대는 이 라운지를 설계하며 기존의 ‘조용한 독서 공간’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토론과 교류, 전시와 공연까지 가능한 ‘살아있는 문학 플랫폼’을 지향했다. 라운지에는 연세대 출신 작가들의 원고와 필사본, 출판물들이 비치되어 있어, 방문객은 자연스럽게 한국 현대문학의 흐름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이 공간은 대학이 시민과 공유하는 인문학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드러낸다. 최근 수도권 대학들은 캠퍼스 개방을 통해 지역사회와 연계된 프로그램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문학-공간 라운지는 그런 움직임의 일환으로, 연세대가 ‘공공문학’의 역할을 자임하고자 한 상징적 장소라 할 수 있다.
2. 세대 간 교류의 장: 문학을 통한 공감과 연대
라운지에서는 정기적인 문학 낭독회, 작가와의 만남, 독서토론회가 개최된다. 이 프로그램들은 단지 문학 향유에 머무르지 않고, 세대 간 문화 교류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중장년층과 청년층이 한 공간에서 문학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대학 공간이 변화하고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이다.
50대 이상의 연세대 동문이 참여하는 ‘동문 낭독의 밤’은 과거 대학 시절의 문학 기억을 현재로 끌어내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젊은 세대는 동문을 통해 시대의 정서를, 기성세대는 젊은 시선 속에서 새로운 문학적 해석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은 그렇게 ‘세대의 언어’를 연결하는 매개가 된다.
3. 지속가능한 대학 문화의 실험실
대학 내 문학-공간이 의미를 가지려면 일회성 프로젝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연세대는 이에 대한 고민을 반영해 ‘지속 가능한 문학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예컨대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문학 소모임 활동, 신진 작가 육성을 위한 워크숍, 전공과 무관한 시민 대상 문학 강좌 등은 문학-공간이 단순한 인테리어 공간이 아님을 보여준다.
나아가 연세대는 서울 서대문 지역과 연계하여 지역 문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강화하고 있다. 지역 내 고등학교 문예반과 연계한 창작 캠프, 주민 참여 낭독회, 주말 문화장터와 같은 프로그램은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가 문학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대학이 만드는 공공 문학의 장(場)
연세대학교 문학-공간 라운지의 개관은 단순히 또 하나의 문화 공간이 생겼다는 차원을 넘어, 대학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제시한다. 대학은 더 이상 내부 연구자만을 위한 폐쇄된 지식 생산의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와 적극적으로 호흡하고, 학문과 문화, 세대와 지역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문학은 그 중심에 설 수 있는 강력한 연결고리다. 책 한 권을 사이에 두고 세대가 소통하고, 낭독의 목소리를 통해 도시의 소음이 잔잔해진다. 그 과정에서 대학은 공공성과 창의성이라는 두 날개를 달 수 있다. 연세대 문학-공간 라운지는 그 실천적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앞으로 더 많은 대학들이 연세대의 사례를 참고해 캠퍼스를 ‘열린 문화 실험실’로 탈바꿈시키기를 기대해본다. 인문학은 책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마주 앉는 이 공간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그 순간, 비로소 살아 숨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