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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나타난 사회참여적 리얼리즘의 구현

by 비비국어 2025. 5. 15.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의 리얼리즘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19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계급 격차, 빈곤, 인간 소외 등의 사회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표적인 리얼리즘 문학이다. 본 글에서는 이 작품이 보여주는 구조적 모순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이를 재현하는 리얼리즘 문학 기법을 분석하고, 한국 현대문학사 속에서 이 작품이 갖는 의미를 고찰한다.

산업화의 그림자 속에 쏘아올린 문학적 진실

1970년대 한국 사회는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경험하며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급속한 산업화를 이뤄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노동자, 도시 빈민층, 철거민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이 있었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이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하층민의 삶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며, 사회구조의 불합리와 비인간화를 정면으로 고발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단편소설 12편을 연작 형식으로 구성하여, 하나의 세계를 다각도에서 조명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난장이’라는 기호적 존재를 통해 경제 성장의 수혜에서 철저히 배제된 이들의 고통을 상징화하고, 비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함으로써 강력한 리얼리즘적 충격을 제공한다. 여기서 말하는 ‘리얼리즘’은 단순한 현실 묘사를 넘어, 사회 구조의 모순을 인식하고 이를 문학적 언어로 재구성함으로써 독자의 비판적 성찰을 유도하는 창작 태도라 할 수 있다. 조세희는 극단적 빈곤과 절망 속에서도 인간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사실의 재현’을 넘어 ‘진실의 형상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발표된 시기는 유신 체제의 억압적 분위기 속에서 사회 비판적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던 시기였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문학적, 사회적 가치는 더욱 두드러진다. 본 글에서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구현한 리얼리즘의 구체적 특징과 그것이 당대 사회와 어떤 방식으로 소통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며, 나아가 이 작품이 한국 현대문학에서 갖는 위상을 고찰하고자 한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구현된 리얼리즘의 구체적 양상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다양한 리얼리즘 기법을 통해 사회 현실을 심층적으로 해부한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등장인물의 계급적 위치’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들인 난장이 가족은 철거 위기에 처한 도시 빈민층으로, 산업화의 수혜가 아닌 피해자로 그려진다. 작가는 이들의 삶을 단순한 배경이나 소재로 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와 시선을 중심에 배치함으로써 하층민의 존재를 주체화한다. 이처럼 리얼리즘은 주류 사회가 외면한 현실을 ‘보이게’ 하는 문학적 장치로 기능하며, 조세희는 이를 통해 독자가 구조적 불의에 눈을 뜨게 만드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사실적 묘사와 상징적 장치의 병행은 이 작품만의 독특한 미학을 형성한다. 예컨대 ‘난장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외형적 특성을 넘어서, 물리적·사회적 왜소함을 상징하며, 사회적 발언권이 철저히 배제된 존재로서의 하층민을 은유한다. 반면, 그들이 쏘아올린 ‘작은 공’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향한 몸짓으로 해석되며, 이는 리얼리즘의 비판성과 함께 희망의 윤리까지 포괄하는 성격을 드러낸다. 또 다른 리얼리즘적 특징은 ‘대사’와 ‘서술’에서 확인된다. 작가는 인물의 말투, 사고방식, 감정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철저한 현장 조사와 자료 수집을 거쳤으며, 이를 토대로 실제 철거민이나 노동자의 발화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언어적 사실성은 단순한 서사보다 더 강한 현실성을 부여하며, 독자로 하여금 인물과 감정적으로 연결되게 한다. 특히 <칼날>이나 <육교 위에서> 같은 단편에서는 폭력과 억압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하는 서사가 돋보이며, 이는 리얼리즘 문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불편한 진실의 직시’와 연결된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리얼리즘이 단순한 사실 묘사에 머물지 않고, 체제 비판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층위로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현실을 단순히 반영하는 거울이 아니라, 그 현실을 비판적으로 비추며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창으로 기능한다.

 

리얼리즘 문학으로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문학사적 의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한국 현대문학에서 리얼리즘 문학의 한 정점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은 단순히 1970년대 사회를 배경으로 한 문학적 기록이 아니라, 지금도 유효한 사회비판과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조세희는 당대 지배 이데올로기의 폭력성을 피해가지 않고, 그것의 본질을 정확히 지적함으로써 문학이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는 단지 현실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현실의 이면을 파헤치고 구조적 모순을 드러냄으로써 독자에게 윤리적 각성을 요구하는 적극적 리얼리즘이었다. 또한, 이 작품은 리얼리즘이 지나치게 이념적, 계몽적일 수 있다는 한계를 벗어나, 문학적 서사와 상징, 인물 심리의 세밀한 묘사를 통해 ‘문학성’과 ‘사회성’을 조화시킨 드문 사례로 꼽힌다. 작중 인물들은 단지 고통받는 피해자에 머무르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저항하고 살아내며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조세희는 리얼리즘을 통해 단지 현실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인간다운 삶의 가능성과 미래의 희망을 상상하게 한다. 특히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회적 불평등과 정보 격차,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유사한 문제들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과거의 것이 아니다. 이는 리얼리즘 문학이 시대와 공간을 넘어 지속적으로 재해석될 수 있는 힘을 가진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조세희의 이 작품은 리얼리즘 문학의 교과서적 사례를 넘어, 시대를 관통하는 문학적 양심이자,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되돌아봐야 할 ‘작은 공’과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